‘공정’에 대한 질문
약 10년 전 한국 사회에서는 '정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졌습니다. 이 때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정의란 무엇인가(What is justice)’의 저자인 마이클 샌델이 10년 만에 또 다른 질문을 가지고 나타났습니다. 오늘은 마이클 샌델(Michael J. Sandel)의 ‘공정하다는 착각(The Tyranny of Merit)’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현재의 위치, 성공과 같은 것들이 과연 공정하게 쟁취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책을 읽는 동안 계속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게 되었습니다. 내가 현재 누리고 있는 사회적인 위치를 통해 얻는 소득은 과연 공정한 절차를 거쳐서 가지게 된 것일까요. 너무 당연하게만 생각했던 모든 것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매일 사무실이라는 공간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근무하고 있는 저와 같은 직장인들에게는 ‘공정성의 환상’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책을 덮고 나서도 직장이라는 공간에서 공정성의 복잡성에 대해 곱씹어 생각하게 되었던 책입니다.
능력주의에 대한 고찰
능력주의 재고
마이클 샌델은 성과주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지금 사회의 시스템에 철학적인 고통을 던져주었습니다. 저자는 성공이라는 것이 순전히 개인의 성과에 따른 것이라는 생각에 도전하고, 우리가 열심히 일하고 성취하는 것에 대해 뿌리 깊게 박혀있는 관념들을 다시금 생각하도록 합니다. 과연 끊임없는 성과주의의 추구가 공동체의 분열과 불만의 씨앗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우리는 우리가 공정하다고 믿게 된 것들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품게 됩니다.
인적 비용
이 책에서는 성과주의의 인적 비용에 대해 얘기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의 성공 잣대로는 가치가 측정되지 않는 낙오감을 느끼는 개인들이 존재합니다. 우리 사회의 성과주의 기준에 들어맞지 않는 이들과 이들의 성과주의에 대한 집착이 우리 공동체의 구조에 미칠 수 있는 파급력을 고려해 집단적 가치를 재평가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저와 같은 직장인들은 회사라는 집단 안에서 그 집단의 성과주의 기준에 맞춘 행동양식을 요구받게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준에 맞지 않는 이들, 물론 나 자신이 될 수도 있는, 이러한 상황에서 집단적 성과주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됩니다.
능력주의를 넘어서
마이클 샌델은 시스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결국 성과주의를 통한 성공은 결코 제로섬 게임이 아닙니다. 개인적인 가치를 넘어 기여를 중시하는 사회를 구상하도록 해야 합니다. 아무리 공정한 절차를 거쳤다고 하더라고 그것은 결코 공정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우리는 개개인의 기여를 중시하는 사회로 한발 더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이것은 내가 일하고 있는 내가 속한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는 더 이상 능력주의만을 앞세울 것이 아니라 개인들의 기여에 눈을 돌려야만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며 우리가 추구해야만 하는 가치가 아닐까 합니다.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살아온 삶에 대해 다시금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수많은 경쟁을 거쳐 지금 직장에 취업을 하고, 또 다시 경쟁을 거쳐 승진을 하게 되고, 지금의 지위를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모든 과정은 당연히 공정하다고 생각했고, 결과 또한 공정한 경쟁의 당연한 결과라고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과연 그 모든 게 공정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우리 사회, 특히 한국사회가 가지고 있는 능력주의, 성공 만능주의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생각됩니다. 우리가 이룬 성공이 결코 공정한 것이 아님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성공에 이르지 못한 사람들을 돌아봐야만 합니다. 개개인의 성공이 전부가 아닌, 개개인의 작은 기여가 모여 이뤄진 이 사회를 돌아봐야만 합니다. 결국 지금 한국 사회에서 사라져 가는 인간성 회복에 귀결해야만 합니다. 책을 덮은 후에도 계속 곱씹게 되는 우리 사회와 내가 속한 조직과, 나 개인의 성공이라는 관점을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됩니다.